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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샐러드의 반란

by VEGGIE FIRST 2025. 2. 17.

“A salad is not a meal, it is a style.”

샐러드는 언제부터 이렇게 얕보였을까? 건강식이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고도 늘 곁가지 취급을 받는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가볍게 먹는 전채,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한 끼, 스테이크 옆을 장식하는 가니시(garnish),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샐러드는 그저 조연이ㅡ 아니다. 그 안에는 계절이 담겨 있고, 역사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

샐러드, 그 오해와 편견


샐러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순하다. 푸른 잎채소 몇 장에 토마토 두어 개, 그리고 올리브오일이나 드레싱이 살짝 뿌려진 모습. ‘건강하지만 심심한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사람들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다.

하지만 샐러드의 본래 의미를 따져보면 그 범위는 훨씬 넓다. ‘샐러드(Salad)’라는 단어 자체가 라틴어 ‘salata’(소금에 절인 것)에서 유래했으며, 과거에는 다양한 식재료를 염장하거나 절여 먹는 요리를 통칭했다. 실제로 17세기 유럽에서는 고기, 치즈, 견과류, 과일까지 들어간 복합적인 샐러드가 귀족들의 식탁을 장식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샐러드는 ‘헬스 푸드’로만 인식되며 재미없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를 먹을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사이드 메뉴’ 정도로 취급되고, 한식당에서도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공복을 달래는 용도’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샐러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샐러드의 반격, 미식의 중심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샐러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곁가지가 아니라 한 끼 식사로서 충분한 영양과 만족감을 주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곡물과 채소, 단백질을 조합한 ‘그레인 볼(Grain Bowl)’ 형태의 샐러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퀴노아, 파로, 현미 같은 곡물을 베이스로 하고, 다양한 채소와 견과류, 치즈, 고기를 더해 포만감을 극대화한 스타일이다. 샐러드 한 그릇이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보샐러드(우엉 샐러드)’나 ‘히야시와카메(차가운 해조 샐러드)’처럼, 전통적인 식재료를 활용한 샐러드가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유자 드레싱이나 미소 페이스트를 활용해 일본 특유의 감칠맛을 더하는 방식이 인기다.

한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식당에서도 비빔밥을 샐러드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나물 샐러드’ 같은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겉절이’나 ‘숙채(숙회 + 채소 샐러드)’ 같은 한국식 샐러드는 서양의 그것과 다르게 발효와 양념의 조화로 맛을 극대화한 형태다.

샐러드의 진정한 힘 – 철학과 라이프스타일


샐러드의 가치는 단순히 ‘맛있다, 건강하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채소와 곡물을 기반으로 한 식단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직결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환경과 건강, 그리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샐러드는 이제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나 또한 ‘샐러드 지니어스’를 진행하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샐러드는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고, 문화가 될 수도 있으며, 철학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있다. 같은 채소라도 어떤 드레싱을 쓰느냐, 어떤 단백질과 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샐러드는 더 이상 밋밋한 곁다리가 아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우리의 식탁에서 ‘샐러드의 반란’이 시작될 차례다.